[Dynax 5d] 버려진 공간에도 빛은 따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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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ICA MINOLTA | DYNAX 5D | 2007-04-14 15:49:28
Aperture Priority | Multi-Segment | Manual WB | 1/2000s | F1.7 | -1.00 EV | ISO-100 | 50.00mm | 35mm equiv 75mm | Flash not fired; Compulsory flash mode

계절은 다르지만 색은 같은 곳

02번 마을버스도 참 오랫만이다. 간만에 학생들과 부데끼며 학교로 들어갔다.
노천강당을 지나 11번 정류소 앞 하차. 왼편에 돌계단이 일년 전과 같이 펼쳐져 있었다.

KONICA MINOLTA | DYNAX 5D | 2007-04-14 15: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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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물품들, 버려진 벽

수십년도 더 전엔 이곳이 수영장이었다고 한다. 이 장소는 아마도 탈의실로 추정된다.
주변에 쓰레기더미가 일년마다 달라지는 것을 보면 누군가는 온다는 말인데...
서너해 전부터 심해진 서울대 보수공사(?)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여전히 폐수영장으로 남아있다.

KONICA MINOLTA | DYNAX 5D | 2007-04-14 15: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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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버려진 공간일까

왜... 저 낙엽은 사라지지 않고 저곳에 있는것일까. 4월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에까지도 말이다.

KONICA MINOLTA | DYNAX 5D | 2007-04-14 14:5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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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마도 지니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무겁기 때문일꺼야

너저분하게 쌓여있는 플라스틱 바구니와 녹슨 드럼통, 종이조가리들만이 이곳이 버려진 곳임을 말해준다.
폐수영장 내부는 이렇게 예전의 모습을 짐작케 하는 물품들이 가득하다.
이 외에 천정이 낡아서 뚫린곳도 있고, 대부분의 유리창은 깨져있으며 쇠란 쇠는 거의 다 녹이 슬어있다.

KONICA MINOLTA | DYNAX 5D | 2007-04-14 15: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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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어지러운 폐수영장 내부에서 눈을 돌려 창밖으로

누군가 이곳에 쉬러 온 것일까. 아니면 작년의 나처럼 촬영을 온 것일까. 누군가가 마셨을 동서녹차가 보인다.
오랫만에 표준렌즈를 통해 보는 사물들이 정겹다.
바깥의 해를 받아서인지 녹차병의 녹색기운이 상큼하기까지 하다.

KONICA MINOLTA | DYNAX 5D | 2007-04-14 14:52:59
Aperture Priority | Multi-Segment | Auto WB | 1/160s | F8.0 | -1.00 EV | ISO-100 | 50.00mm | 35mm equiv 75mm | Flash not fired; Compulsory flash mode

그리고 그 너머로 친구의 모습

예전에 대형으로 우리각시를 담은 바로 그 앵글이다.
난... 이곳에 오면 우선 이곳에 들어가 잠시 밖을 본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이 창문을 통해 보는 것은, 마치 그들을 뷰파인더로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들의 모습을 두개의 프레임에 넣어 기억하는 행위인가.

KONICA MINOLTA | DYNAX 5D | 2007-04-14 15:21:10
Aperture Priority | Multi-Segment | Auto WB | 1/2000s | F1.7 | 0.00 EV | ISO-100 | 50.00mm | 35mm equiv 75mm | Flash not fired; Compulsory flash mode

나무묶음이 바람에 살랑인다

저 나무묶음은 이 날 폐수영장에서 본 것 중 가장 자유로워 보였다.
50.7 은 대부분의 촬영에서 빠르고 정확한 포커싱을 선보였으나 유독 이 사진을 찍을때만은 끝내 초점을 잡지못했다.
하지만 dynax 5d 의 뷰파인더는 밝고 넓은 편이기 때문에 매뉴얼포커싱이 어렵지 않다.

KONICA MINOLTA | DYNAX 5D | 2007-04-14 15: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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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철망 위로 긴 해가 내린다

폐수영장의 외부에는 깨진 유리들과 버려진 패트병, 깔판, 담배꽁초 등이 널려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큰 규모로 잡초와 잡목에 휩쌓여있다.
폐수영장의 마지막 끝쪽에, 녹슨 철망이 있었다. 햇살이 구름 사이로 다시 내리는 순간의 세 컷 중 두번째 사진이다.

사진을 다 찍고 서울대입구역에 내려오니 이제는 어엿한 군인이 된 옛제자 등장~~ ㅋㅋ 반가운 녀석.
뒷풀이는 가볍게 머리고기와 소주로! 어느새 단골이 되어 자주가는 중앙시장 고기집.

좋아하는 친구들과 같이 걷고, 같이 사진을 찍고, 같이 한잔 하면서 그 동안의 이야기를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정이 아닐까. 말못한 사연을 말하고, 듣고싶었던 이야기를 듣는것.
친구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사진을 담은 다음엔... 술을 담아야 하는거다.

[모든 사진은 Dynax5d 에 AF 50mm f1.7 를 마운트하여 촬영하였습니다.]

★ 하록선장님의 팝코 앨범 ★
https://photo.popco.net/14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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