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자욱한 마추픽추를 떠나 다음 행선지인 훌리아카에 도착했다.
고도가 더 높아 하늘과 가까운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맑은 하늘과 층층이 쌓여있는 구름이 반겨줬다.
비행기에서 나오는 짐을 기다리는게 힘든 이유가, 밖에 나가 빨리 자연을 만끽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나 싶다.
저렇게 새파란 하늘과 햐얀 구름을 본 적이 언제 였나 싶을정도로 맑았다.
조그마한 공항이 옆에 있는 훌리아카는 볼리비아에서 건너오는 밀수품들 때문에 좀 더 최신 전자기기들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오히려 리마보다 더 신식 문물이 빨리 전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노란 들판을 지나 1시간 정도 달리면 실루스타니라는 곳에 도착한다.
여느 관광지와 마찬가지로 노점상들이 있긴 하지만, 느낌이 조금 다르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수공업으로 직접 만드는 제품들도 많고 시골이라 그런지 규모도 작았다.
근처에 호수를 끼고 자리잡은 언덕은 농사와 목축에 필요한 물이 풍부한 곳이었고,
실루스타니라 불리는 언덕은 이곳에 살던 족장들의 무덤이 모여있는 곳이다.
천천히 언덕을 오르는 가이드의 배려가 아니었다면 벌써 쓰러져 있을만큼 높은 해발 4000m 정도의 고도에 위치해 있다.
잉카인들이 이곳을 점령하기 전부터 아이마라 족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의 풍습은 무덤을 둥글게 쌓던 것이라고 한다.
그들이 살던 집의 모양과 비슷하게 둥근 모습인데, 잉카인들이 무덤을 만들때에도 참고해서 썼다고 한다.
어쩌면 마추픽추를 짓는데 쓰인 정교한 돌쌓기 기술도 오래전부터 전해지는 전통이 발달해 남아있다고 보여진다.
건기가 되면 춥고 농사지을 만한 기후가 아니었기 때문에,
호수근처에 Micro-Climate을 이용해 땅을 빗살무늬로 파내어 물을 끌어들여 증발시키는 흔적들을 볼 수 있다.
다음 행선지인 푸노로 이동하면서 페루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가정체험을 했다.
엄청 다양한 종류의 퀴노아와 감자가 주식이었고, 한국에서 보이는 뱀술도 담가 먹는것이 보였다.
햄스터보다 더 큰 기니피그를 길러 꾸이라는 요리로 명절을 보낸다고 하고 리마나 알파카를 길러 그 털로 따뜻한 옷을 만들어 입는다.
위의 사진이 알파카인데 어린 알파카로 만든 목도리는 캐쉬미어보다 더 가볍고 더 따뜻하다.
푸노를 거쳐 우로스섬으로 향하는길에 배타는 선착장으로 갔다.
말이 선착장이지 그냥 호숫가나 다름없는데, 낚시나 그물로 물고기를 잡아 파려는 상인들도 눈에 띈다.
저녁이고 가로등이 많이 없는 곳이라 어둑어둑해 지는 줄로만 알았었는데, 한 두 방울씩 비가 오기 시작했다.
우로스 섬도 우기라 조금 덜 춥지만 비가 많이 온다고 한다.
모터보트를 타고 도착한 우로스 섬의 숙박 장소엔 금방이라도 비를 쏟을 것 같은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저녁 시간에 집중적으로 비가 왔었는데, 불꽃놀이 마냥 30분간 계속되던 벼락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가로등 불빛이 화려한 푸노와 최소한의 전기로 사는 우로스섬의 일상이 명확하게 대비된다.
먹을것이 풍부하지 않은 곳이 그렇듯, 스프로 끼니를 때우는 것이 일상이라고 한다.
자고 일어나 아침에 본 풍경은 사뭇달랐다. 언제 천둥 번개가 쳤냐는 듯 높은 하늘과 구름이 반겨주었다.
호수에 자라는 갈대를 꺾고 엮어서 배를 만들고 인공 섬도 지어 살아가는 우로스 섬의 사람들인데,
그 시작은 정복자들을 피해 호수에 섬을 만들기 시작한 때부터라고 전해진다.
지금은 관광지로 각종 시장이 배 위에서 열리기도 하고, 관광객들이 체험삼아 배를 타보는 곳으로 변했다.
페루의 낮은 물가상 낚시로 물고기를 잡아 살아가는 것보다, 관광수입이 더 크다고 한다.
위에 보이는 배에 과일을 싣고 팔러다니는데, Passion Fruit과 망고가 특히 맛있었다.
대부분의 섬들이 수공예품을 파는 곳을 마련해서 관광객들이 들러 쇼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우로스섬에선 특히나 갈대로 엮어 파는 제품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해안가 햇볕과 비슷하게 금방 피부를 태우는 뙤약볕이었다.
2-3일간 머무는 중에 선크림을 발라도 손 안쪽과 바깥쪽에 경계선이 생기는 것이 여기사는 사람들이 흑인들처럼 보이는 이유이다.
낚시를 통해 바로 잡은 물고기 튀김도 먹었는데, 재료도 좋고 페루의 소금이 특히나 맛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햇살이 고즈넉하게 드리워진 낮시간엔 이보다 평화로운 곳이 없다고 느껴질만하게 포근한 느낌을 받아 좋았다.
섬을 지탱하고 있는 토토라라고 불리는 갈대는 물에 닿는 곳이 가라앉고 썩기 시작해서 매주 혹은 2주마다 새로 깔아주어야 한다고 한다.
맑은 자연 덕분인지, 빛과 공기가 투명한 느낌이 사진 찍기에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어둑어둑해지는 모습이, 천둥 번개가 금방 몰려오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특별한 장치 없이도 번개 모습을 쉽게 담을 수 있는것이, 계속해서 몰아치는 천둥 번개에 계속 셔터를 누르다보면 사진에 번개가 담겨 있었다.
새벽에 고요한 풍경은 매우 달랐던 어젯밤의 모습과 대조된다. 우로스 섬의 이중적인 모습이 신선하다.
침대만한 크기의 두꺼운 담요를 기념품으로 하나 사왔는데, 그만한 크기는 손으로 만드는 데에 세달이 족히 걸린다고 한다.
아마 캐나다나 미국에서 세달이 걸려서 짠 담요가 있었다면 얼마나 비쌌을지 상상이 안간다.
보트 한가득 토토라를 운반하는 모습이다. 살아가는데 제일 필요한 것이 갈대라고 생각하니 어찌보면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특별히 아픈 곳 없이 여행내내 건강히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 감사했다.
아마도 다시 페루에 오게 된다면 유명한 관광지 보다는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가는 것이 될 것 같다.
두편으로 나눠서 올릴까하다가 한번에 올리려니 사진이 많네요, 다음에 여행가는 곳이 또 있으면 에세이란에 올리겠습니다. :)
D750
Nikon 24mm, 35mm, 58mm, Leica Cron-R 50mm
Juliaca, Puno & Uros Islands, Peru
|
추천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