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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9 나오면서 나온 악세사리지만 a7 2세대 제품들에도 사용할 수 있는 확장그립 GP-X1EM입니다. a9 구매 후 그립감 향상을 위해서 구입했으나... 결과적으로는 a9은 현재 다시 방출해버리고 없어서[...] 그냥 a7R II 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a9의 퍼포먼스는 마음에 들었지만 막상 액션 찍을 일이 많지 않다보니(2년에 한번 갈까 말까 한 모터스포츠 이벤트를 빼면) 화질에서의 후퇴가 더 와닿았던지라 애초에 무리하게 사들였으니 부담스럽긴 했습니다. 결국 며칠 제대로 안 쓰고 방치하니 그냥 내놓자는 결론으로.

 그래도 확장그립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문제가 없진 않지만 그럭저럭 쓸만하고, 또 장차 a9을 다시 사든 아니면 a7R III를 사든 쓸 수 있을테니 놔두기로 했습니다. 다만 서드파티에서 더 싼 제품이 나오는 건 시간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군요.

 

 구조적으론 그냥 금속 깎아놓은 덩어리에 불과한지라 16만에 육박하는 가격은 사실 납득이 잘 안 됩니다. 물론 잘 깎기는 했어요. 특히 단순히 수직으로 떨어지는 모양이면 몰라도 아래로 가면서 살짝 좁아지는 곡면으로 된 모양은 서드파티 제품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모습입니다. 그렇긴 해도 그냥 각지게 만들어진(혹은 만들어질) 서드파티 제품보다 딱히 더 낫겠느냐고 하면 별 차이는 없겠습니다만. 형상적으로는 서드파티 제품에는 이정도 마감은 기대하기 힘들긴 하겠죠. 그렇지만 기능적으론 돈값 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구조는 간단해서 위쪽에는 바디에서 스윙되지 않기 위한 돌기가 있고, 아래에는 조이기 위한 나사가 있습니다. 나사 핸들은 클릭감 있게 90도와 180도를 오갑니다만, 90도 상태로 바디를 받칠 정도 힘은 없습니다. 바닥이 평평하지 않다는 게 이 확장그립의 가장 큰 단점이죠. 나사 만으로는 당연히 돌아가기 때문에 그걸 막기 위한 돌기가 있습니다. 지금껏 신경 안 쓰고 있었지만 배터리 도어 앞쪽에 이 돌기가 들어갈 구멍이 있습니다. 이 돌기와 홀은 세로그립에도 이용되는데 사실 세로그립은 배터리 칸에 플러그 되게 되어있어서 굳이 배터리-나사 외에 제3의 고정이 필요한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확장그립에선 두번째 고정점이므로 의미가 큽니다. 잘 보면 돌기가 2개 있는데 a7 2세대와 a9의 홀 위치가 달라서 그렇습니다. 배터리 크기가 달라졌다보니... 둘 다 고정이 아니라 스프링으로 들어가게 되어있어서, 안 쓰는 쪽 핀은 들어가게 됩니다.

 

 a7R II에 장착한 모습. a7 II, a7s II에도 차이는 없을 겁니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바디와 확장그립 사이에 큰 유격이 있어 보이지만 이건 바디 모서리가 라운딩되게 깎여있어서 두드러지는 것 뿐입니다. 그 굴곡을 제외하면 본래의 그립과 제법 잘 맞아 떨어지는 라인을 그리고 있습니다.

 

 a9에 장착한 모습. 바디 사이즈가 약간 다른데도 공용 악세사리인지라, 피팅감엔 차이가 존재합니다. 사진으로 보기에 a9 쪽이 유격이 더 적어보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a9의 그립보다 확장그립이 작기 때문에 모서리 라운딩에 의한 틈이 생기지 않는 것 뿐입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a9에선 바디 그립과 확장그립의 두툼함에 차이가 생기는 셈입니다. 둘 중 어디에 맞출까 했는데 a9 및 a7 3세대에 쓰일 걸로 보이는 섀시보다 a7 2세대에 더 맞췄다는 건 의아하긴 합니다. 물론 맞춘 게 크기가 아니라 단순히 유격이 덜 보이게 만드는 모양새일 수도 있지만요.

 이 크기 차이로 인한 유격이 실사용에서 느껴지냐고 하면, 그렇진 않습니다. 이 확장그립은 어디까지나 새끼손가락이 놀지 않게 하려고 있는 것이고, 틈으로 손가락이 올려지지 않는 한은 실질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사이즈 차이에 의한 유격은 거의 체감할 수 없습니다. 사진으로 보기엔 두 기종 모두 하나씩 결함이 있는 것 같지만 외적으로만 좀 그래 보일 뿐 실제 그립감의 차이나 이질감은 없습니다.

 

 그립의 핸들링은 대충 이런 느낌. 순정 바디에선 손가락을 촘촘하게 모아도 새끼손가락은 어쨌든 벗어날 수 밖에 없었지만, 확장그립을 쓰면 새끼손가락의 안식처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윗 손가락들도 공간에 여유가 좀 생깁니다. 서양인 손이라면 조금 더 조밀해지겠지만, 일단 이정도면 DSLR 바디 대비 그립 면에서의 불리함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24-70GM을 필두로 50.4ZA 등 렌즈들이 상당히 크고 무거워서 a7R II에선 그립감이 확실히 문제가 있었습니다. 손으로 잘 버티지 못 하니 손목도 더 피로했고요. L 플레이트가 그나마 조금 늘여주긴 했는데 그래도 충분친 않았습니다. 확장그립은 적어도 그립 면에서는 손에 가득 들어오는 풍성함과 만족도를 줬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배터리 교체를 하려면 풀어야 한다는 점(완전히 풀지 않고 스윙해도 되지만 어쨌든 조금은 풀어야 합니다.), 미관 상으로 a7 2세대와 a9 모두 완전하지 않다는 점, 평평하지 않아 바닥에 놓기 좋지 않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어마무시하게 비싸다는 점이겠죠. 삼각대 구멍을 완전히 잃는다는 점도 단점입니다. L 플레이트 등은 그 자체로 삼각대 플레이트도 되고 픽디자인 앵커도 장착할 수 있고 그런데, 이 녀석은 하부 확장성을 완전히 포기해야 합니다. 아, 그리고 나사 핸들에 앵커 달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무게를 견딜 만큼 튼튼하진 않아 보이거든요. 여차하면 나사가 돌아가면서 빠질 리스크도 있고요.

 전 그냥 할인이 있고 그립감 자체는 꽤나 만족스러웠던지라 사긴 했는데, 솔직히 단점이 적지도 않고 가격도 만만찮아서 추천하긴 힘든 아이템입니다. 훨씬 저렴한 값에 더 유연성 있는 서드파티 제품들이 그리 머지않아 나올테니 그걸 기다리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나마 좋은 소식이라면 a7 3세대에서도 쓸 수 있을테니 바디 바꾼다고 무용지물이 될 거 같지는 않다는 정도네요.


장점
- 그립감이 크게 향상됨
- a7 2세대와 a9 모두 호환됨
- a7 3세대도 호환될 것으로 보임
- 탄탄하고 치밀한 만듬새


단점
- 매우 비쌈
- 삼각대 장착 시 분리해야함
- 바닥에 똑바로 놓을 수가 없음
- 배터리 교체 시 풀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