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대구로 가는 도로가 있었습니다.
정식 명칭은 "88올림픽 고속도로"였죠.
당시 올림픽을 앞둔 터라 올림픽 홍보용으로 도로 이름을 지은 겁니다.
근데 이 도로가 문제투성이였습니다.
"88 도로"는 이름만 고속도로이고, 일반 국도보다 못했습니다.
180여 km의 구간을 3년만에 공사하다보니...
편도 1차선의 말 뿐인 고속도로가 생기게 됩니다.
고속도로에 신호등이 있고, 중앙분리대 대신 중앙분리용 기둥이 있었습니다.
중앙선을 넘나드는 추월구간도 있었죠.
게다가 급경사에 급커브를 동반한 산길...
사고는 빈번하고, 사고 치사율이 20%에 육박하는 "죽음의 도로"였습니다.
광주와 대구 시민들은 지속적으로 도로 개선을 요구했고,
마침내 올해 12월... 7년 여의 공사 끝에 편도 2차선 이상으로 확장 재개통하게 됩니다.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도 그렇고 해서 명칭을 변경하는데,
이게 좀 문제가 있습니다.
대구와 광주의 많은 분들은 "달빛 고속도로"를 새로운 명칭으로 제안했습니다.
"달빛"은 대구와 광주의 화합을 상징하는 슬로건으로
"달구벌" 과 "빛고을"의 앞글자들 따서 만든 단어이지요.
근데, 국토교통부에서는 "광주 - 대구 간 고속도로" 일명 "광대 고속도로"로 명칭을 선택하게 됩니다.
"광대"의 어감이 좋지 않아서 "대구 - 광주간 고속도로" 일명 "대광 고속도로"를 쓸 수도 있다고 하네요.
"달빛"의 탈락 이유는... 통과하는 6개 지자체의 동의를 얻지 못해서라는 황당한 이유를 듭니다.
과거 "88 도로"가 지역과는 전혀 관계없이 명칭이 정해졌고,
이로 인해 "달빛 도로"라는 명칭도 충분히 적용할 만 한데
국토교통부에서 왜 거절했는지, 참 당황스럽더군요.
"달빛 고속도로"가 이상하게 들리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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