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S250

금세기 최고의 SF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 대작영화 ‘매트릭스(The Matrix)’ 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매트릭스는 독특한 세계관과 등장인물들의 뚜렷한 개성, 치밀 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짜인 시나리오와 워쇼스키 형제의 기발한(?) 감각이 어우러져 최고의 영화로 탄생했는데, 영화 내용뿐만 아니라 영화 외적인 면에서도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었다.

한때, 플래시몹(flash mob)과 결합된 매트릭스 따라하기 열풍이 불면서 도망치는 네오를 수많은 에이전트들이 뒤쫓는 영화 속 장면을 도심 한복판에서 패러디 하거나, 네오의 검은색 가죽코트 복장과 등장인물들의 선글라스가 유행하기도 했었다.

이런 여러 가지 에피소드 외에도 또 하나 주목할만한 사건이 있었는데, 매트릭스폰 이라고 불리는 휴대폰에 대한 관심이 그것이다.

매트릭스폰이란 영화 매트릭스 내에서 주인공이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사이의 교신을 위해 사용하는 휴대폰을 통칭하는 말이다. 매트릭스 1편에는 노키아에서 만든 제품이 사용되었었는데 실제로 사용할 수 없는 모형이었다. 이에 영화제작사측은 매트릭스 2편 촬영에 앞서 세계 주요 휴대전화 업체들에게 혁신적인 디자인은 물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것을 요구했는데, 삼성전자만이 이 요구를 충족하는 제품을 만들어 냈다.

삼성 매트릭스폰(SPH-N270)은 수집가용 특별 한정판(collector s edition)으로 총5000대가 출시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미국에서만 판매되었다. 이에 발빠른 매니아들은 미국에서 발매된 제품을 직접 구매하거나 경매를 통해 입수 했지만, 대부분의 국내팬들은 손가락만 빨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매트릭스폰의 최초 출시가격은 미화 500불 정도였는데 2003년 6월 미국의 경매사이트 eBay에서는 정상가격의 5배인 2325달러(약 24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으며, 2003년 11월 일본 야후가 삼성의 일본 진출 5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개최한 자선경매(Charity Auction)에서는 10만여명의 매트릭스폰 매니아들이 참가했으며 최종 낙찰가격은 35만 5000엔 이었다.

매트릭스폰이 이렇게 비싼 프리미엄을 달고 판매될 수 있었던 것은 영화 개봉 당시 첨단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은 뒤 시중에 한정 판매함으로써 호기심과 희소성, 소장욕구를 자극하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S250은 매트릭스폰의 후예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비슷한 컨셉의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바타입 형태에 이어피스(통화할 때 귀를 대는 부분)부분만 슬라이드 시키는 컨셉이 동일하며 전체적으로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처음 제품을 접했을 때 곧바로 매트릭스폰이 떠올랐을 정도였으며, 매트릭스폰의 디자인을 좀더 부드럽고 세련되게 다듬은 제품 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어피스 부분의 슬라이딩 느낌은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절제된 동작을 보여주었으며, 제품의 마무리는 깔끔했지만 몇몇 부분에서 약간의 유격을 발견할 수 있었다.

크기는 조금 큰 편이지만 손에 잡았을 때 자연스럽게 피트(fit)되기 때문에 실제 사용시에는 그리 크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여기서 다소 큰 편이라고 하는 것은 보통의 휴대폰과 크기를 비교했을 때의 얘기이며, 최근 판매되는 고화소 카메라폰의 크기와는 큰 차이 는 없다.

500만 화소 CCD를 채용했다고 하지만 동급의 디지털카메라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고화소의 센서를 사용했더라도 나머지 부품들이 받쳐주지 않으면 제 성능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카메라폰의 경우 휴대폰이라는 작은 크기의 제품에 카메라 모듈을 집어 넣어야 되기 때문에 모듈의 크기를 가능한 작게 만들어야 된다. 모듈의 크기가 작아지면 렌즈와 CCD 센서와의 거리는 가까워질 수밖에 없고, 작은 렌즈로 최소한의 화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CCD의 크기는 더욱 작아져야 된다. 이렇게 CCD 크기가 작아지게 되면 화소 하나당 받아들일 수 있는 광량이 줄어들게 되어 노이즈가 많이 발생하게 되고, 화소사이의 간섭 때문에 이미지의 선명도도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카메라폰에 사용되는 렌즈자체도 일반 디지털카메라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편이기 때문에 촬영한 이미지의 품질 저하는 필연적인 결과이다.

실제로 촬영한 이미지를 컴퓨터 모니터상에서 비교해보면 일반적인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이미지 보다 미흡한 점을 많이 보여주었다.
충분한 광량 하에서는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뽑아주었지만, 광량이 부족한 실내나 어두운 곳에서는 노이즈가 많이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며 셔터 확보가 어려워 사진이 흔들리기 일쑤였다. 자동 화이트밸런스는 약간 부정확한 편이었으며 전체적으로 노란끼가 도는 결과물을 보여주었고, 붉은색이 다소 강렬하게 표현되어 마치 붉은색 부분만 덧칠한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이렇듯 원본의 품질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간단한 보정 및 리사이즈를 거치면 웹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전혀 문제없는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었으며, 4”x6” 크기정도의 사진으로 인화시에도 큰 부족함은 없을 듯 하다.

렌즈부가 이어피스 부분으로 가려져 있기 때문에 사진 촬영을 위해서는 이어피스 부분을 열어야 한다. 실제 카메라의 렌즈커버를 여는 느낌으로 이어피스를 슬라이딩 시키면 본체 뒷면에 위치한 렌즈와 플래시가 노출되며, 이어피스 부분에 있는 거울을 사용하여 셀프샷도 찍을 수 있다.
렌즈의 좌측으로는 초점 거리 조절을 위한 레버가 달려 있는데, 촬영 대상물과의 거리에 따라 접사(9~11cm), 근거리(32~113 cm), 원거리(50cm이상) 중 하나를 선택하여 사용하면 된다.

S250은 일반 디지털 카메라에 전혀 뒤쳐지지 않는 다양한 설정 및 모드도 지원하고 있는데 사진 크기와 화질, 화이트 밸런스 감도, 측광방식, 특수효과, 액자 끼우기, 셀프타이머, 플래시 등 꽤 많은 항목의 설정이 가능하다.
ISO800의 고감도 촬영과 노출보정(-2 ~ +2, 1/2스텝), 촬영모드에는 일반촬영/연속촬영/분할촬영 등 3가지 사진 촬영모드와 전송용/저장용/CCTV 등 3종류의 동영상 촬영모드를 지원하고 있다.

여러 가지 부가기능면에서는 디지털카메라에 비해 손색이 없지만, 액정의 반응이 느린 편이라 촬영시 다소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보통 휴대폰에 포함된 MP3 기능의 경우 단순한 플레이 기능만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S250은 다양한 음장모드를 지원하고 있다.

Normal/Rock/Classic/Jazz/Live/Bass 등 총 6가지의 프리셋과 함께 5밴드의 사용자 EQ 설정이 가능하며, SRS/TruBass/ WOW를 지원하는 SRS WOW 음장모드까지 사용할 수 있다. 단, EQ 와 SRS WOW는 동시에 사용이 불가능하다.

음악 재생 중에는 총 5가지의 애니메이션 뮤직스킨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디스플레이 할 수 있으며, 이어피스 부분을 내린 상태에서는 또 다른 플레이 화면을 보여준다. 음질도 무난한 편이며 다양한 음장모드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MP3 플레이어로서의 활용도도 높다고 생각된다.

삼성전자의 최근 근황을 보면 얼마 전에 리뷰 했던 최고급 한정판 MP3 플레이어인 yepp YP-W3을 비롯해 Anna Sui 휴대폰 등 고급지향적인 제품들을 속속 선보이며 프레스티지 마케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는 삼성이라는 브랜드 네임의 파워 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반증해 주는 예라고 생각된다.

세계최초 500만화소 카메라폰인 S250을 출시한지 채 몇 달 지나지 않아, 며칠전 CeBIT 2005 에서는 700만 화소의 카메라폰을 선보여서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지나치게 화소수에만 집착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다음 행보는 과연 어떤 것인지 기대 하게 만드는 뭔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하지만, 과연 휴대폰에서 500만 화소 카메라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아무리 화소수가 높다고 해도 카메라폰이라는 한계상 일정수준이상의 화질을 기대하기는 힘들며, 같은 화소를 가진 디지털카메라와 1:1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실, 보는이의 눈길을 확 잡아 끄는 멋진 사진이나 작품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폰을 구입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상생활의 기록을 미니홈피나 싸이월드등 웹페이지에 사진을 올리기 위한 용도가 대부분이다. 카메라폰을 들고 작품사진을 찍는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지 않은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휴대폰과 디지털카메라의 결합은 언제 어디서든지 꺼내서 찍을 수 있다는 편리성을 보장해주며, 생활의 기록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그리고, S250에 채용된 500만화소 CCD에서 뽑아내는 높은 해상도의 원본 이미지는 촬영한 사진을 후보정 하는데 있어 좀더 자유로움을 보장해주며, 후보정 없이 그냥 사용한다고 해도 크게 무리 없는 수준의 사진을 보여준다.

현재 S250의 시중판매가격은 100만원 내외를 형성하고 있다. 100만원이면 꽤 쓸만한 500만 화소 디지털카메라와 고급형 휴대폰을 함께 구입할 수 있으며, 욕심을 약간 버린다면 MP3 플레이어까지도 함께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다.
멋진 외형과 다양한 부가기능, 1600만 컬러 LCD와 500만 화소 CCD 카메라 등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요소들이 많이 있으며, 휴대폰 하나로 여러 가지 포터블 기기들을 대체할 수 있다는 매력도 가지고 있지만 100만원이라는 금액을 휴대폰 가격으로 선뜻 지불하기에는 뭔가 꺼려지는게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하나 구매하고 싶을 정도로 상당히 매력적인 기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쉽게 구매를 결정하기 힘들게 만드는 높은 가격이 단 한가지 걸림돌이다.
화소수를 200만 화소 정도로 줄이고 좀더 저렴한 가격에 출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