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로보캅에게 총을 쥐어 줄 준비가 되었는가?

로봇공학과 인공지능(AI)은 인간의 생활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에 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법 집행 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실험실이나 심문실 뿐만 아니라 치안 유지의 최전선인 거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 총을 든 무장 경찰 로봇, 일명 로보캅(Robocop)은 돌아다니게 될 것인가?

오래전 공상과학 영화 로보캅(RoboCop)은 거대 기업이 ED-209라고 불리는 경찰용 드로이드를 소개하는 장면을 선보였다. 완벽해 보였던 로봇은 설정한 ‘위험 인물’이 총을 땅에 떨어 뜨렸음에도 이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비극적인 사고를 내고 만다. 로봇의 잠재적인 위험성을 보여 준 장면이었다.

2017년 현재 우리는 픽션이 점차 현실로 변하는 것을 보고 있다. 최근에는 로봇 경찰이 중국 전역과 두바이에 배치되는 것을 보았다. 이 로봇들은 본질적으로 보안 경비원이나 모바일 정보 터치 스크린으로 정보를 일반 시민에게 전달하는 역할 수준이기는 하다. 안봇(AnBot)이라 불리는 중국 로봇은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R2D2의 모습과 비슷하기도 하다. 공항과 기차역 등에 배치된 이 로봇에는 잠재적인 범죄자를 추적하고 그 정보를 인간 운용 요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안면 인식 기술이 들어가 있다.

두바이에 등장한 휴머노이드 경찰 로봇 역시 임무는 비슷하게 일상적인 일에 국한되어 있다. 이는 로봇 경찰의 1 세대로서 물론 계속적인 발전이 예상되어 있다. 두바이 경찰은 이미 2020년까지 더 많은 모바일 로봇을 개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2030년까지는 인간 없이 로봇만으로 조직된 경찰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로봇은 아직은 단순/반복적인 작업이 필요한 업무에서 인력을 대체해가고 있다. 그러나 점차 이 물결은 보다 평범한 일상 관리 작업으로 옮겨갈 것이다. 러시아의 부총리인 드미트리 로고진은 최근 소셜 미디어에 두 권총을 동시에 발사하도록 '훈련'된 로봇을 보여주는 깜짝 비디오를 올렸다. 그는 러시아가 터미네이터를 만들려고 시도한 것은 아니지만 "우선 순위를 할당하고 즉시 결정을 내리는 기계'를 가르칠 때 총기가 사용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법집행 로봇들을 보며 우리는 로봇을 무장화 해야하는지 여부에 대해 깊게 생각해봐야 할 시점에 와있다. 특히 그 로봇에게 무기를 다루는 데 있어 자율성을 주느냐 하는 문제는 아주 중요한 논제다.

현재 SGR-A1이라고 불리는 일련의 보초 로봇이 남북한이 마주하는 휴전선의 남측 지역을 따라 배치되어 있다. SGR-A1은 정교한 물체 및 패턴 인식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미확인 인원이 접근하면 이를 감지하여 경고음을 내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로봇에 음성 암호를 대지 못하면 로봇은 경보를 울리거나 기관총을 발사할 수 있다. 당연히 로봇이 무기를 발사하는 데 어느 정도의 자율권을 둬야할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한국의 군당국에서는 인간의 개입 없이 로봇이 무기를 발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언론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사람의 승인 없이 발포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율 모드를 지니고 있다는 말이 있다.

그나마 이 로봇은 한국의 DMZ와 같이 제한된 지역에서 운용되지만 일반 도시의 거리에서라면 얘기가 또 다르다. 2012년에는 미 해군 예비역 중령이 플로리다 국제 대학 (FIU)의 연구팀에 합류했다. 장애를 갖게된 경찰관이 다시 거리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전동 로봇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그 계획이었다. 마치 영화 아바타에서 장애인 장교가 원격으로 아바타를 제어하듯 말이다. 이른바 '패트롤봇(PatrolBot)'은 컨트롤러의 움직임을 모방하여 경찰서의 안전한 곳에서 VR 헤드셋을 통해 편안하게 작동할 수 있다.

당분간 개발될 로보캅의 목표는 완전한 자율 임무 수행 보다는 제한적인 형태의 시스템이 될 것이다. 우선 인간 경찰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면서 필요할 때만 제한적으로 자율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수준으로 말이다. 로봇의 제어 메커니즘이 쉽게 해킹되거나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 먼저 확실하게 검증되어야 할 것이다.